All Because You Were a Bassist


개자식. 언제까지나 연결돼 있을 것처럼 말해놓고. 결국 단절할 거면서. 의리라곤 없는 새끼. 차갑고 매정한 놈. 너한테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걸 뻔히 알면서. 걔가 그리울 때마다 속에서 성질이 막 난다. 실은 그 정도로 화가 난 건 아닌데.

사랑할 존재들이 새록새록 생긴다. 그거야 원래 그래. 살다 보면 그렇게 된다니까? 관계라는 게 형성되면 그때부터 성가신 일들은 또 얼마나 쏟아지는지.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응당 일어나는 일. 어젯밤 서정이 물었다. “자기는 상처받는 게 무섭지 않아?” 나한테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서정이 겁쟁이인 것은 분명하다.) 상처받는 건 그리 겁나지 않지. 가장 두려운 것은 상실. 영원한 게 없고 전부 사라질 예정이므로 내게 삶은 곧 공포이자 공포를 견디는 일이다. 지나간 상실과 앞으로 닥칠 상실을 애도하는 데에 현재를 너무 허비한다. 멈추는 법을 모르고, 그러느라 바빠.

내가 써 줬던 편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걔는 새장가를 들면서도 그걸 버리지 못하고 내 동생에게 맡아달라고 했다. 어쩌자고 그런 임시방편을 쓴 건지. 지난 일요일에 내 동생은 결혼식(하마터면 내가 불참할 뻔한)을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이사 계획도 있다는데, 언제까지고 언니가 (구)형부에게 썼던 편지더미를 끌어안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쓰레기통에 버리든 불태우든 수신자이자 소유자 본인이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걔가 과연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내 동생이 그에게 처분을 종용하면 알아서 하라고 할 인간이다. 상상 속 비겁함에 이미 치가 떨린다. 몰랐던 면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확신하며. 이별에 대한 합의도 좀 더 촘촘히 해둘 걸 생각하면서. 분명히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것도 후회하지는 않고. 다시 돌아간 내가 여전히 똑같은 선택을 하고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믿으며.

동성인 사람을 사랑하고, 제도 밖에서 결혼했다는 그 두 가지 요소 때문에 내가 그때와는 얼마나 다른 취급을 받는지 알려주고 싶다. 나약한 인간들이 얼마나 악한지 목청껏 일러주고 싶다. 널 이뻐하던 사람들이 지금 내게 어떤 얼굴을 하는지, 우리가 그때 받았고 너는 지금도 받고 있을 그 환대가 특정한 이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주어지는 수혜임을 아냐고 묻고 싶다. 보다 확실한 정상성을 획득하니 훨씬 더 행복한지도. 우리 둘을 그렇게 좋아하던 내 동생이 자기 결혼식에서 내 배우자의 존재를 숨기기로 결정해서 원가족에게 절연을 선언한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래놓고 이번에도 양보하는 역할을 거절하지 못해서 참석하고 말았다고. 마지막임을 직감한 데이트에 한껏 꾸미고 나가는 여자처럼 잔뜩 힘 주고 가는 바람에 가장 튀는 하객이 되었다고. 너와 함께 멀어진 이들이 누구인지 이르고 싶고, 새로 사귄 좋은 친구들이 얼마나 순수한지 자랑하고 싶다. 네가 반가워할 만한 직업을 다음 커리어로 준비하고 있다고. 공부하는 동안 너한테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을 텐데, 그런 도움을 못 받는 게 아쉽다고. 우리 고양이가 보고 싶지는 않느냐고. 막 입양하고 나서 같이 육아일기도 썼던 거 기억하냐고. 나에게 지금 개도 있다고. 너 개 키우고 싶어 했는데 부럽지 않냐고. 근데 우리 되게 재밌었지 않냐고. 너랑 살 때 만나던 여자는 지금 친구로 남았는데 넌 어쩜 나한테 이거 하나 못해주냐고. 정말 영영 사라질 작정이냐고.


    
  1. 노고추

    슬퍼요...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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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민우

    슬프다 슬퍼 그치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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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누누금

    멀어진 나의 모든 친구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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