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포인트

나는 존다. 나는 일부러 안경을 벗고 쓰레기통 사면의 초파리 알을 닦아낸다. 나는 개미를 본다. 나는 개미를 보는 개를 본다. 나는 나무를 뒤덮은 나뭇잎을 본다. 나는 나뭇잎으로만 나무를 안다고 믿는다. 나는 와이프와 하이파이브를 한다. 나는 주저 앉은 개를 쓰다듬는다. 나는 산책한다. 나는 “우리는 영원히 사이좋게 지내자 여보”라고 말하는 와이프에게 응답한다. 나는 와이프가 벗은 자켓을 걸치고 와이프와 개를 따라 걷는다. 나는 공원의 CCTV가 나를 따라 움직이는 것을 감지한다. 나는 길고양이 춘자에게 밥을 준다. 나는 춘자가 가기를 기다렸다가 담배를 피운다. 나는 춘자가 산을 오르는 것을 바라본다. 나는 와이프가 남긴 카페 라떼를 마신다. 나는 저녁으로 고구마와 방울 토마토를 먹는다. 나는 고구마에 달려드는 개를 달랜다. 나는 고구마가 없다는 걸 개에게 보여주려 고구마를 마저 먹는다. 나는 생각의 여름을 듣는다. 나는 지난 여름을 생각한다. 나는 밤새 뒤척인다. 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바라본다. 나는 눕는다. 나는 낮잠 잔다. 나는 비에 젖는다. 나는 꿈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낸다. 나는 잠든 와이프의 등을 바라본다. 나는 개의 숨소리를 듣는다. 나는 개의 꿈에 내가 있을지 궁금해한다. 나는 글을 고친다. 나는 글을 접합하고 분리한다. 나는 글 속에서 너무 큰 경악과 너무 잦은 조롱을 들어낸다. 나는 쓰레드 트리에 대해 공부한다. 나는 이해되지 않는 문장에 밑줄 긋는다. 나는 카페의 점원과 스몰토크를 한다. 나는 카페의 점원에게 사는 게 만족스러우시냐고 물으려다가 만다. 나는 여자들을 스와이프한다. 나는 4년 전에 매칭된 여자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말한다. 나는 혁명적으로 난잡해지자고 말한다. 나는 정신과에 가서 조증이 의심된다고 말한다. 나는 말소리 안에서 벗겨진다. 나는 공원의 달리는 사람들 속에서 느리게 걷는다. 나는 구름의 속도를 가늠한다. 나는 집중력을 모으기 위해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않는다. 나는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는 담배를 피우는 대신에 화장실에 앉아서 글을 쓴다. 나는 신성모독적인 포크송을 들으며 밖으로 웃는다. 나는 와이프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생각하다가 운다. 나는 점심 시간에 유닉스 시스템을 읽는다. 나는 일찍 출근하기에 실패한다. 나는 비대면 진료로 기면증 약 와킥스를 처방받는다. 나는 상담에 늦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탄다. 나는 상담 선생님께 안 다칠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한다. 나는 배포 직전 결함을 발견하고 작업을 롤백한다. 나는 눈이 빠지도록 토큰을 읽는다. 나는 이렇게 아무거나 써도 되는지 생각한다. 나는 길가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는데 에어팟을 빼지 않는다. 나는 초능력을 오남용한다. 나는 속마음을 침습적으로 발설한다. 나는 과신하고 경거망동한다. 나는 단번에 모든 것을 번복한다. 나는 제어를 잃는다. 나는 자다 깬 심장 박동을 견딘다. 나는 침대 밑으로 떨어진 심장을 한동안 줍지 않는다. 나는 전화기에 대고 한참을 침묵한다. 나는 말들에 즉각적으로 교란된다. 나는 쓸쓸하다고 말하는 와이프에게 해줄 말을 찾지 못한다. 나는 용서받지 못한 나를 모른 척한다. 나는 충실하게 소진된다. 나는 이 모든 일들이 또 다시 발생하는 것을 본다. 나는 알프라졸람을 과복용한다. 나는 속효성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듣는 상상을 한다. 나는 어떤 시점에 박힌 나를 겪는다. 나는 단지 약했을 뿐 널 멀리하려 했던 건 아니었는데 나는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지마 어쩔 수 없다 해도1. 나는 영향에 대한 불안에 시달린다. 나는 의존 공포에 사로잡힌다. 나는 안긴다. 나는 고쳐지지 않는다. 나는 나무처럼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1. 루시드폴, ‘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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