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fting

 알라딘 회원 간 중고 거래는 처음이라 서툴렀다. 상대방이 지정한 방식으로 내가 택배를 부치고 송장 번호를 입력하면 되는 거였다. LP 담을 박스를 구하려고 피자를 시켰는데 모서리가 둥글어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그냥 피자를 먹었다. 아내가 쿠팡을 뒤져 13인치 바이닐이 들어가는 박스 판매 링크를 찾아주었다. 역시 난 아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Drifting>을 산 건 2013년의 덥고 습한 여름. 한정판 LP를 사려고 모여든 긴 줄을 기다린 끝에 나도 한 장을 얻게 됐다. 그런데 턴테이블이 없었다. 오디오테크니카에서 나온 입문용 오토매틱 턴테이블을 파는 부스가 있었지만, 오십만 원은 대학생에겐 너무 큰 돈이었다. 집에 갔다가 아무래도 눈에 밟혀 다시 뛰어갔지만, 마감 시간에 쫓겨 결국 사지 못했다.
한 번도 틀어본 적 없는 <Drifting>. 십삼 년이 지나 십만 원에 중고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택배를 보내러 편의점에 가면서 개를 산책시킨다. 개를 산책시키며 편의점에 한 번씩 들르곤 하는 게 우리의 요즘 루틴이 됐다. 참 잘 됐지. 바이닐을 거래하게 된 것도, 개를 데려온 것도.
그때는 언제든 다시 턴테이블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일 년간의 취직 준비 끝에 이름 있는 회사는 죄다 떨어지고 할 수 없이 음악 레이블에 취직했지만, 주변에선 다들 멋있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대단하다며. 한편으로 잘됐다고 생각하긴 했다. 어차피 음악 좋아하니까. 내가 돈 쓰는 곳은 음반 사고 공연 보는 것밖엔 없었으니까.
이미 올라와야 할 내 마음의 악기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데요 흥얼거리며 티백을 우린다. 차를 많이 마시자는 것이 올해 우리의 다짐 중 하나다. 다른 걸 하기엔 너무 짧고 가만히 기다리기엔 긴 시간. 상담 선생님은 어떤 생각이 드냐고 했다. 이미 도망친 곳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 그러니까 내가 팀장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고 회사를 뛰쳐나간 것, 회사에서 짤린 것,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어떤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도 적시에 사과하지 못한 것. 그런 것이 이제 와 생각하기에 어떤 것 같냐고.
글쎄요. 제가 턴테이블을 샀으면 아마 바이닐도 더 사고, 음악도 여전히 찾아듣고, 어쩌면 지금도 음악 관련 일을 하고 있으려나요. 취미란에 음악 감상을 쓰는 오디오파일이 되었을까요. 그렇게 대답하지는 못하고. 사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의식적으로 나를 설명하려고. 모든 것이 해석의 문제임을 받아들이려고.
역시 턴테이블은 사지 않는 편이 좋았겠다. 오디오는 너무 비싼 취미니까. <Drifting>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반까지는 아니다. 사놓고 제대로 치지도 않는 기타도 팔아야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윤석의 가사는 난 단지 약했을 뿐 , 널 멀리하려 했던 건 아니었는데.
강아지가 눈 똥에서는 겨울 나무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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