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


내음과 물든은 정원을 공유한다
내음에서는 음료를, 물든에서는 빵을 살 수 있다
두 가게에 면한 테라스에서 나는

당근 주스를 마시다가 맞은편 개와 눈이 마주쳐
인사를 했다 믿을 수 없어서
해를 넘기고 내음에 가서 당근 주스를 다시 주문했고
또 마셔봐도 살면서 맛본 주스 중 으뜸
그러나 개는 없었다


우리 동네 마트에서 파는 주스용 당근은 비쌌다
구좌에서 신림까지 오셨다니 그럴 만도
흙당근을 사왔더니 아내가 큼직히 썰어 넣고
카레를 끓여주었다 안 돼
개는 카레를 먹을 수 없다 아, 그새 우리 개가 생긴 것이다!
산책시킬 때마다 ‘앉아’와 ‘안 돼’를 자주 말했더니
개가 두 말을 헷갈리는 것 같다

채 썬 당근도 시켰다 2kg에 9,100원
내 귀한 시간과 노동력을 이만하면 싼값에
아낀 것 같아 뿌듯해하며 1kg은 따로 쟁여두고
700g은 당근 라페로 만들고 나머지 300g은

우리 개에게 준다
잘게 다져서 매일 두 번씩
우리 개의 이름을 가질 뻔했던 그 개의
검은 두 눈을 생각하면서

,
Tags: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