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사랑



우리 집은 일명 오픈 하우스다. 한풀이가 필요한 퀴어, 아프고 외로운 자, 연지를 보고 싶어 하는 이, 기쁨을 나누고 싶은 친구들, 오갈 곳 없는 영혼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 지금은 네 살짜리 조카와 아이의 엄마의 임시거처로 운영 중이다. 당장은 성인 여성 세 명에 여아 한 명, 고양이 한 마리까지 함께 사는 셈이다. 나와 서정의 일상에서 늦잠을 비롯한 모든 여유 시간이 사라졌다. 우리의 시간은 사실상 아이의 것이다. 만족을 모르고 쾌락을 추구하는 아이를 이해한다. 내가 딱 그렇기 때문이다. 놀고 싶어서 자기 싫은 건 30년이 흘러도 여전할 거란다. 조카를 보며, 내가 임신 출산하지 않았는데도 아이가 있다니 개꿀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아이가 자라는 동안 얼마간의 시간을 온통 양육에 할애해야 한대도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나를 비롯한 형제자매에게서는 아이가 태어나지 않을 확률이 99퍼센트에 달하는데, 서정의 언니에게 아이가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랑을 퍼부어도 되는 존재가 있다는 것,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어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모와 이모가 결혼한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아이, 이모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직접 듣기 전에 먼저 규정하지 않는 아이, 친구의 아빠가 외국인(국적상)인 걸 알게 된 후부터 자기도 커서 외국 사람이 되겠다고 하는 아이, 삼촌(엄마의 애인)에게 대뜸 "우리 가족 되자!"라고 외쳐 어른들을 당황시키는 아이, 내가 가족이 뭐냐고 묻자 "음악 틀고 다 같이 춤추는 거야"라고 답하는 아이, 갑자기 달려와서 "이모, OO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하고 속삭이며 목을 끌어 안고 뽀뽀해주는 아이, 이모들이 친구 만나러 다녀온다고 하면 울어제끼지만 병원에 간다고 하면 쿨하게 보내주는 아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Earth, Wind & Fire의 Boogie Wonderland인 아이, 아이를 불편해하는 연지가 도망다녀도 "연지는 숨바꼭질 잘하지? 연지가 코 인사해줬어. 우리 저번보다 쪼꼼 친해졌어. 이제부터 더 친해지는 거야" 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아이, 아이에게 낯선 사람(내 친구, 동생, 애인, 전 애인 등)을 만나자고 하거나 손님으로 올 거라고 말하면 싫다고 고개를 젓지만 막상 딱 한번만 만나도 "OO 이모는 어디 갔어? 언제 와?" 계속 묻는 아이. 피 한 방울 안 섞인 나를 친엄마 다음 수준으로 좋아하는 아이, 어떻게 안 사랑해? 그런 법은 없다. 이모는 언제나 달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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