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건강검진 결과 경인의 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다 40만 원을
지불하고도 사는 게 왜 이 지경인지 알아내는 데에는 실패한 것이다
얼마를 더 들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억울하면 추해지고 약하
면 악해지니까 경인은 의연하고 강인한 캐릭터를 맡기로 했다 안타깝
게도 그 정도는 소화할 능력이 있었다 그렇다고 믿었다


이내의 아버지는 돌도 안 된 딸을 안고 매일같이 온 동네를 그렇게
돌아다녔다고 한다 이내를 자랑하고 싶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고


이게 다 그년 때문이야 경인은 한때 그렇게 우겼는데 그러면서 살았
더니 하도 앞이 안 보여서 이유를 찾으려는 일 자체를 접었다 집 안
에서 잃어버린 안경을 이사라도 가게 되면 찾을 수 있을지 15년 만에
만난 친구와 즐겁게 대화하고 헤어진 뒤 마치 그런 적이 없었던 것처
럼 또다시 뚝 끊긴 건 어찌 된 일인지 그런 쓸데없는 고민에 시간을
쓰는 건 낭비다


겁이 많던 인애가 가장 무서워했던 건 토요 미스테리 극장이랑 응급
구조 119였다 어쩌다 그 프로그램이 나오면 인애는 혼자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귀를 막았다 그런데도 한번씩 식구 중 누군가는 꼭 그걸
틀었다


그래서 중요한 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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