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통이랑 같이 사는 법


들불에서 2주간 워크숍했다. 존나 좋았다. 들불 개짱임. 내 책은 그냥 사람들을 모으는 핑계에 불과하고, 중요한 건 어떤 시간을 만들어가느냐다. 지금까지 <최선의 사랑>으로 행사를 세 번 했는데 가면 갈수록 더 재밌다. 행사를 거듭할수록 책이나 작가가 중심이 아니라 거기에서 뽑아낸 소주제를 다루었고, 인원 규모도 점점 줄여서 참여한 사람들과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만남의 농도가 진해졌다.
오늘 마지막 시간에는 '존재통: 되다, 하다, 있다'에 대해 30분 동안 각자 글을 써서 공유했다. 나도 썼다. 아래에 붙여둠. 고뇌와 슬픔 사이에서 내 글이 퍽 긍정적이어서 살짝 민망하고 스스로에게 어리둥절해졌음... 연휴라서 관대해졌나..

나는 점점 더 망나니 망아지가 되고 있다 망망! 망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나 잦았고,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듯 막막하고 공포스러울 때는 당연히 많았지..만, 그건 그거고.점점 더 대책없이 맘대로 한다. 일부러 더 그렇게 살아버린다. 나는 커서 뭐가 될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다는 철없는 소리를 한다. 누가 뭘 하자고 하면 웬만해선 한다. 아내가 코인노래방에 가자고 하면 응한다. 아내가 한밤중에 디저트를 시켜 먹자고 하면 기꺼이 동의한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동생들에게 이사 선물을 보낸다. 억울한 일에 다 맞대응하지 않고 찌질하게 트위터에나 싸지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면서 하루를 보내는 일을 해본다. 좀 더 정확히는, 나의 게으름을 탓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즐겨본다. 돈 벌기 싫다고 말한다. 기분 째진다. 전에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산다. 어쩌면 거꾸로.

안경을 벗고 렌즈도 끼지 않은 채로 있으면 예상 외로 편안하다. 뚜렷이 보이지 않아야 비로소 쉴 수 있더라? 화나는 일이 있어도 가끔은 직면해서 싸우지 않고 '시발 그러라 그래' 하면서 아이스크림이나 퍼먹어야 비상약 없이도 무탈한 하루를 보낼 수 있더라? 상담사가 뭘 하기보다 일단 있으라고 하더라? 그게 곧 운동이라고. 나는 운동을 격렬히 싫어하는데, 살아 있는 게 운동이라니 개꿀이네? 아니 전혀 아니다. 개꿀은 개뿔.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걸 잊어버리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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