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나선

 

  누나는 뭘 해도 될 사람이야 그렇잖아 사운드 엔지니어 되는 거랑 결혼 두 번 하는 것 중에 뭐가 더 어렵겠어 와 진짜 대단해 누나 무조건 성공할 걸 

  같은 반 준재가 말했다 스튜디오 견학도 다녀오고 자기 방에 간이 작업실까지 만들어놓은 애가 하는 소리라면 맞는 말일 테지 그렇다면 자긍심을 갖고 지랄이 크레셴도로 기세를 뻗치는 이 악보-점점 유난스럽게-를 믿고 연주해보기로 결정! 살갗을 과도로 벗기던 시기도 돌아보면 다 의미가 있었죠 하고 인터뷰하는 상상을 한다 나를 팔아서 쓸 만한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아낄 것도 사릴 것도 없어 세파에 구르며 갈고닦은 너스레가 퍽 효과적이라 함부로 쓴다 신나게 

  8개월간의 연애를 끝낸 지 3개월 차인 준재가 이어 말한다 이제 잊을 때 됐지 근데 어떻게 사랑을 잊어? 누나가 보기에는 어떤 여자가 괜찮은 여자야? 좋은 남자의 자격이 뭐라고 생각해? 내 왼편에 앉은 주혁은 올해 막 제대했고 연애 경험은 없다고 한다 내가 주문한 드립커피를 쟁반에서 내 앞으로 옮겨주려던 그는 공중에서 한참 손을 허둥댔다 아 이게 드립커피야? 그런데요 선생님 두 마이크로 받아낸 소리 중 한쪽의 파형을 뒤집어서 합치면 위상 캔슬 현상 때문에 더 깔끔한 소리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여튼 참 질문이 많은 애들이었다

  아르바이트하러 잠을 자러 청음하러 일하러 각자 흩어져 

  떠난 뒤 담배, 양산, 버스를 거쳐 나의 집으로 향해 

  낯선사람들을 들으며 물음을 가지고 혼자 놀기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주무르고 빚고 뭉치고 떼어내고 흔들고 던지고 건져올리고 모아서 

  이것들이 결국 어디론가 간다고 믿으며 

 
  모든 음악을 항상 같은 환경에서 같은 디바이스로 같은 볼륨으로 같은 세팅으로 들어봐 계속 반복해서 그렇게 해봐 그러면 귀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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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고추

    마지막 연이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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