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걸어간다


워킹카우에 왔다. 이제 더는 호지랑 같이 못 들어오는 게 아쉽지만 대신 이 공간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화장실이 내부에 있고 깨끗하고 음악을 기가 막히게 트는 곳. 음료가 비싸지 않고 고유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 그래 맞아 서정이랑 있으니까 더 좋은 거다. 요즘 서정이를 너무 사랑해서 진짜 뭐 어쩔 도리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매일 사랑이 갱신되는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서정이는 나한테 백날천날 그렇게 떠드는 데도 할 얘기가 항상 쌓여 있나 봐. 신기하고 웃겨. 자아 없이 미용실에 갔다가 얼떨결에 스포츠머리 돼버려가지고 스타일링의 시급성을 느꼈는지 다급하게 남자 왁스 산 게 귀엽다. 어디를 둘러봐도 서정이보다 머리가 긴 남자들뿐이다. 내 인생 통틀어 사랑한 사람 몇 없고 꼴린 사람은 더 없는데, 둘 다 식은 죽 먹기로 뛰어넘는 서정에게 매일 반한다. 키스도 섹스도 서정이랑 하는 게 제일 좋다. 나에게 이 정도의 만족감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폴리아모리 휴업해도 될 것 같네. 도대체 나는 왜 폴리아모리를 하는 거지? 내가 이런 사람인 걸 어쩔 수가 없다. 나도 나를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나를 마치 이해한 척하면서 인터뷰도 해야 하네. 왜라고 묻는다면 할 말 없어요, 이렇게 살 뿐이에요. 죽는 날까지 서정이와 함께할 작정이지만 우리는 정신병이 깊고 안 헤어지려면 정신 차려야겠지. (이혼은 두 번은 못해. 그러다가 나는 죽소.)


볼 때만 아름다운 여름, 생명력이 과해 생명을 죽이는 여름. 난데없이 찬란한 햇볕에 습기가 꽉 들어차 있다. 그속에 있으면 딱 죽고 싶은데 그 광경을 찍어서 보면 참 아름답다. 어이없어. 아름다움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기에 사람을 이리 매혹시키는 걸까? 림킴 신곡 뮤직비디오를 보면서도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만 살아 있기 잘했다고 느낀다. 음악 없으면 죽지. 권진아 신보의 첫 트랙도 좋다. 10대 때 에이브릴 라빈의 1, 2집을 수도 없이 들었던 게 떠오르고. 나도 내가 괴물 같다고 일기 쓴 적 있었지. 지금은 굳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그렇게까지 관심 있지 않다.


코미디는 대본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연기가 훨씬 어려운 것 같다. 남들 앞에 서서 웃기게 말하려면 애티튜드가 웃겨야 하는데 나는 그 정도로 웃긴 사람은 아니다. 정 하고 싶다면 연구하고 연습해야 하는데 당장 사흘 뒤에 코미디 발표회가 있고 그사이에 무얼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사회성 없는 애들이 웃김. 진정한 찐따는 따라갈 수가 없다. 나는 불구인 것에 비해 너무 멀쩡해 보이고 능숙해 보인다. 긴장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취약성을 가리는 데는 도가 텄다. 차라리 광기를 빛내는 쪽이 쉬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그 순간에 향유하면 그뿐인 것들을 공들여 머리 써서 만드는 일은 재미있는 것 같다. 그게 뭐든.



  1. 노고추

    그러다가 나는 죽소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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