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졌다 추워졌다 하는 환절기의 날들. 계절은 착란적으로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 한 바퀴를 잘못 본 시계처럼.
출근을 하지 않아서 아침이 오지 않고, 퇴근을 하지 않아서 저녁이 오지 않는다. 필라테스 예약을 하지 않아서 금요일이 오지 않고, 주5일 근무를 하지 않아서 주말이 오지 않는다.
쿠에타핀을 넣으면 잠을 잘 깨지 못하고, 빼면 잠을 자고 싶은 만큼 자지 못한다. 수면제가 있어도 이른 밤에 먹지 않으면, 수면 패턴을 교정할 수 없다.
일 년에 며칠 안 되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날씨. 밖에 나가지 않아서 날씨를 알지 못한다. 집안으로 쳐들어오기까지.
집에 걸어가고 싶다는 것은 집에 걸어가야만 할 것 같다는 뜻. 꼭 그래야만 할 이유는 없다. 5분만큼의 결심.
위험 회피 척도 99. 그만두는 것과 시작하지 않는 것은 같은 일이다.
기분은 기온과 기압과 기질의 총합. 꼭 그래야만 할 이유는 없다.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안다면, 기한 내 작업 가능 여부를 검토해서 과업을 솎아낼텐데. 주어진 시간에 따라 과업의 의미와 종류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
목에 문제가 생겨도 등이 아플 수도 있고 팔이 아플 수도 있으며 눈이 아플 수도 있다. 같은 신경 경로에서 오는 정보를 특정하지 못하는 뇌. 뭉뚱그려서 생각해도 사는 데 지장은 없다.
일기를 쓰지 않아도 시간은 지나간다. 시간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학계의 가설은 내가 죽는다는 사실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 내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하나도 없다.
해야한다는 믿음. 그러나 의심하지 않는 것이 위험의 총량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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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는 지나가요 주5일 근무는 안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자기 존재? 증명은 제가 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