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dition Nienzo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무것도 못 하는 동시에 여러가지 일에 대해 생각하느라 심장에 무리데쓰네. 나의 약점은 꾸준하지도 성실하지도 못하다는 것이고 강점은 뭐 그걸 제외한 거의 모든 것? 근데 꾸준함과 성실함은 사실상 거의 모든 일에 요구되는 듯하고 심지어 '다른 재능 없음'을 어지간히 커버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문제임.
정예지의 이사 매니저로서 이사 업체와 정리 전문가를 추천해주고 가구와 생필품을 고르는 일은 적성에 맞고 재미있지만, 시간이 든다. 내가 보낸 장문의 카톡을 읽씹한 사측에서 나의 동료에게 부당한 처사를 한 것을 알고 분개하며 또 다시 무언가를 잃을 각오를 하는 건 내게 무척이나 자연스럽지만, 에너지가 든다. 딥페이크 온라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전국의 중고등대학교의 목록과 그동안 어디에 말하지 못한 친족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백하는 긴 타래들을 꼭꼭 읽어내려가는 일은 더 큰 싸움을 시작하는 당연한 수순이며,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이제 하루가 다 갔고 나는 오늘도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매일 그렇게 생각한다. 하루가 짧다. 블로그를 만들고 이런 걸 쓰는 것도,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는 것도, 동생들 이사 선물로 무얼 사줄지 궁리하는 것도 다 쓸데없고 불필요한 일이다. 안 해도 상관없다. 안 그래도 늘 부족한 시간과 체력과 기력을 허비하는 일이다. 생산성 제로. 내가 좋아하는 일은 죄 이렇다.
서정이는 오늘 스트레칭만 했다고 한다. 맞는 것 같다. 오전에도 스트레칭하는 걸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나는 운동은커녕 스트레칭조차 하지 않는다. 안 나갈 수만 있다면 안 나간다. 인간이 먹어야 하고 자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어렵다. 아주 가끔은 엄마와 한 나절 정도 시간을 보내고 싶다거나 전화나 걸어볼까 하는 기분이 드는데 막상 실행에 옮기면 약 7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후회한다. 엄마는 타인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타인에게만 공감한다. 집에 귀뚜라미가 들어와 무섭다고 하는 막내딸에게는 가을이 오나 보구나 하고, 하는 일은 많은데 돈 되는 일은 없는 게 꼭 아빠 닮은 것 같다고 말하는 큰딸에게는 냉소인지 조소인지 모를 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니가 정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래라 한다. 그에게 공감이라는 것은 그저 관념이고 판타지인 것 같다. 그리고 그는 그 관념과 판타지에 빠져서 결국 절대로 공감해주지 않는다. 어디서 부당한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 언제나 하는 소리.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아니라 타인에게 향하는 그럴 수도 있지. 그런 다음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 정말로 하나도 안 궁금하고 나와 상관없는 미주알고주알. 정작 나는 별 얘기도 안 하고 듣기만 하다 기가 다 빨려 전화를 끊는다. 기분이 한 톤 다운된다. 나도 이제 좀 그만 억울해하고 싶음.
오늘 2시에 한의원 예약해뒀는데 컨디션 난조로 못 갔다. 컨디션 난조 때문에 갔어야 했는데. 나는 먹지 않고 자지 않는 것으로 나를 벌하고 싶다. 자정이 넘었으니 27일 일기로 기록되겠지. 하지만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으니까 이것은 26일에 관한 기록이다. '오늘'은 2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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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
서정이가 해결해조따
멋져